웨디안에서 전화오다
애드맨님의 블로그를 보다보니 별 테스트가 다 생겼다 싶어서
퇴근하고 집에 가서 해봤다.
핸드폰 인증까지 해가면서 정말 보기에도 딱한 질문들을 몇개 클릭하니 점수가 나온다.
60점.
부모님의 재산은? 1. 10억 이하 2. 10억 이상 50억 이하. 3. 50억 이상 100억 이하. 4. 100억 이상.
이런데서 점수 잘나오면 그게 사기인거지...
아무튼 애드맨님 글에서 보면 어떻게 해도 점수가 잘 안나온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퇴근 후 학원을 가는데 모르던 번호가 울린다.
낮에도 내내 울리던 모르는 번호.
일할 땐 받으러 나가는 게 귀찮아서 모르는 번호는 안받는데 심심해서 한번 받아봤더니 그 결혼정보회사란다.
관심이 있으니 테스트 한거죠? 하면서 시작된 대화.
워낙 거절 같은 거 잘 못하기도 하고 해서 그냥 설렁설렁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분들 얘기 듣고 해보신거죠?"
"(차마 블로그 보고 해봤다는 소리는 못하겠기에)아... 네 그냥 그 테스트가 있길래요."
"아우 이정도(스펙이시)면 높은 점수는 당연하시겠네요."
"점수 되게 안좋게 나오던데요. 60점."
"(아하하...) 아 그게.. 점수를 좀 짜게 주더라고요, 테스트가."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지..)
"아니 한 번 좀 만나뵀으면 하네요. 퇴근은 언제세요?"
"시간은 6시 반이지만 장담은 못해서요."
"지금 퇴근하신 거 같은데 지금 만나면 되겠네요. 잠시..."
"저 제가 지금 학원 가는 중인데요."
(이 순간 영어가 안돼서 퇴근하고 어학학원 다니는 야근 사무직을 떠올리는 듯한 감이 왔다, 확실히 왔다.)
"그럼 출근은 언제신데요?"
"9시 반이요."
"아.. 출근도 되게 빨리 하시는 구나."
(9시 반이 빠른 출근이라는 건 또 첨봤다. 다들 집에서 놀고 먹는 된장녀 언니들만 인터뷰했나...)
"9시 - 6시가 기본 업무 시간인 다른 회사보다 30분씩 늦춘 것 뿐인데요."
"아- 네."
(끝이 안날듯하여 이쯤에서 시간을 정확히 약속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끊으려고 했다. 그래서...)
"저 제가 퇴근 시간이 불규칙하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없어서..."
(갑자기 말을 짜르며)
"아니 그건 괜찮아요, 여자분들은... 오호호."
"네?"
(비정규직에 학원 문턱만 뻔질나게 드나들며 영어 실력이라고는 도무지 늘지 않는 언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입증이 됐다.)
"아니 저는..."
"남자분들이야 조건도 좀 필요하고 경제적 능력도 중요하고, 다 그런 것 아니겠어요? 뭐 하지만 여자분들은 좀 그래도 괜찮아요."
(아니 뭐가 괜찮다는 거지? 이보세요!)
"저기요. 전 제가 전문직이라 책임지는 업무는 그날 끝내놓고 가기 때문에 칼퇴근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여자는 그런거 필요없다니. 그런 말 들으니 별로 유쾌하지 않네요."
"아.. 저는 남자분들은 종합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이니 소득세 신고서 등등 제출하셔야 하는데 여자분들은 그런거 안내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남자하고 여자한테 요구하는 게 다르니까요. 제가 핀트를 좀 못맞췄나보네요."
(그럼 여자한테 요구하는 건 뭔데.. 부모님 재산 100억?)
꼭 만나서 상담하자고 계속 그러는 걸,
"제가 일부러 시간까지 내서 찾아갈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하면서 마무리 지으려니까.
"그럼 제가 문자 메시지 하나 보낼테니 천천히 생각하시고 꼭 한번 뵈어요."
하면서 긴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날아온 문자.
꿈을 주세요 좌충우돌 페낭여행기 바다와섬 건강 짱 메모리 다나와 독각귀 세상 고양이맨토 대구스키 내 영혼의 깊은 곳 꼬마할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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