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평왕 46년(624년) 진평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전격적으로 시위부(侍衛府:왕실 호위부대)의 개편을 선언하게 된다.
“에또, 공사다망한데 네들을 부른 이유는…내가 이번에 내 보디가드들인 시위부를 좀 개편하려고 하는데, 네들한테 그래도 말은 해줘야 할 거 같아서…그래서 부른 거다.”
“시위부요? 아니 지금까지 멀쩡히 잘 지낸 시위부를 왜 갑자기 개편하시려고 하십니까?”
“마! 나라의 중심인 왕 목숨이 시위부에 달려있는데,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아니, 그러니까…지금까지 멀쩡히 잘 돌아가지 않았슴까? 뜬금없이 시위부를 개편하신다고 하시니까…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하십니까? 웬만하시면 그냥 가시죠? 왕도 하실 만큼 하셨고, 앞으로 살날도 얼마 안 남으셨는데, 괜히 엄한 예산 잡아먹지 말고 쓰던 거 마저 쓰시죠?”
“이색희가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 왕으로 보나… 왕 가오 죽으면, 그게 왕이냐? 어쨌든 이번에 시위부를 확대 개편해서 대감 6명을 앉히려고 하니까 그리들 알아.”
“대…대감 6명이오?”
“그건 완전 군대 아닙니까? 왕궁하고, 왕실가족 호위하는데 무슨 병력이 그렇게 많이 들어갑니까? 이건 시위부가 아니라 시위군입니다 시위군!”
“말년에 노망나신 거 아닙니까? 누가 전하를 위협한다고, 군대를 조직하십니까? 지금 전방은 병력이 부족해서 난린데…시위부 개편할 병력 있으면 전방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랬다. 진평왕은 시위부를 확대개편 해 하나의 군사조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힘은 칼끝에서 나온다 하지 않았던가? 여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 분명 불만을 토로할 세력이 나올 것이다.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왕권이 필요하고, 강력한 왕권은 강력한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생각! 진평왕은 시위부를 확대 개편해 덕만 공주의 친위세력을 만들었던 것이다.
“덕만아, 이 정도 했으면 애들도 알아들었을 거야. 너 왕할 때 개기는 놈들 있으면, 두 눈 질끈 감고 확 쓸어버려. 알았지?”
“아빠…고마워요. 우리 아빠 짱!”
“허허, 원 녀석도 나이 쉰이 다 되가는 것이 애교는…역겹다. 얼굴 돌려라.”
이렇게 덕만공주의 왕위 승계를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 준비해가던 진평왕! 이 정도 했으면, 큰 무리 없이 덕만에게 왕위를 넘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그때…덜컥 문제가 터져 버린다.
“저…전하! 이찬 칠숙과 아찬 석품이 반란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뭐라고? 칠숙과 석품이? 걔들이 왜?”
“앉아서 오줌 싸는 애를 왕으로 모실 수 없다고…덕만공주님이 왕위에 오르는 게 영 불만인가 봅니다.”
“이색희들을 그냥….”
터져야 할 것이 터져버렸다. 아무리 주변을 정리하고, 친위세력을 다져놓았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여왕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 건 아니었다.
“아빠, 이제 어떡해? 나 왕 못하는 거야?”
“어허, 어디서 아이돌그룹 라이브 하는 소리야? 넌 그냥 아빠 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다 아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왕관 사이즈나 재고 있어.”
“벌써부터 애들 저러는데, 지금 왕관 사이즈 재고 있을 타이밍이예요?”
“걱정 말라니까, 아빠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덕만을 잘 다독거린 진평왕. 그는 그 즉시 칠숙과 석품을 잡아들이게 된다.
“네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반란이 아니라,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고…거사를 준비했다!”
“뭐가 잘못됐는데?”
“정말 몰라서 그러냐? 여자가 왕위에 앉겠다는데, 이게 제대로 된 나라에서 할 짓이냐? 넌 머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냐? 무게추로 달고 다녀? 아무리 지 딸이라지만, 줄게 있고, 주지 말아야 할 게 있어! 어떻게 나라를 딸한테 주냐?”
“야야, 안되겠다. 저것들 아주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가출시켜 버렸다. 전혀 갱생의 의지가 안보여. 저것들 싸그리 목 따 버려라.”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이찬 칠숙에 대한 처벌이었다.
“저것들이 아주 무서운 맛을 못 봐서 그래. 이번에 확실하게 시범케이스를 보여줘야지 다시는 개기는 놈들이 안 나와. 시대가 어떤 시댄데. 여자가 어떻고, 남자가 어떻다고 씨부리는 거야? 주동자인 칠숙 저놈은 아예 집안을 뽑아버려라.”
“어떻게 할까요?”
“구족(九族)을 멸해버려라. 아예 저 자식 DNA를 신라 땅에서 지워버려.”
“….”
진평왕 53년(631년)에 있었던 칠숙과 석품의 반란모의는 이렇게 끝이 나게 된다. 불만세력들에 대한 본보기…전문용어로 ‘시범케이스’로 이들을 지목한 진평왕. 타이밍도 기가 막힌 것이 이들을 제압한 뒤 1년이 지나지 않아 진평왕은 죽게 된다. 칠숙과 석품은 말 그대로 딸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 되었던 것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선덕여왕은 얼떨결에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이 된 것이 아니었다. 진평왕의 10년에 걸친 치밀한 계획에 의해 불만세력들을 제거하고, 친위세력들을 육성한 다음(그 사이 덕만의 정치수업도 병행됐었다) 즉위를 시켰던 것이다. 진평왕의 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용춘에 대한 거부감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것이 선덕여왕(善德女王)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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