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먼저 소리로 다가왔다. 처음 귀를 열었을 때 '아, 밤바다
파도 소리'라고 생각했으나, 몸을 열었을 때 비로소 달빛 부서지는
소리임을 깨달았다. 천만 개의 달이 잔물결로 일렁일 때 커다란 파
도 소리를 뚫고 나지막하고 은은한 그 소리가 스며들었다. 파도에
쓸리는 자갈 소리, 몽돌의 알들이 내는 소리였다. 그렇다. 언젠가
주전의 검은 돌들이 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따라라라라락, 타
다다다다다락 했던 기억. 하지만 몽돌개의 소리는 훨씬 맑았다. 아
니, 응답이 있었다. 차르르르르르르 하면 곧 가르르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드렸다. 가르르르륵 하면 아라라라라라 하였다. 그 소리의
의미망을 들출 필요도, 그럴 수도 없었을 터. 그렇게 소리들이 오가는
것을 엿보고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김양헌, '알몸으로 지구에 기대다' 중에서>


2005. 11. 23. 완도군 정도리 구계등 갯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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